매물로 나온 일본 반도체회사인 엘피다를 우리나라의 SK하이닉스와 일본 도시바가 손잡고 함께 인수하는 시나리오가 급부상하고 있다. 단독 인수에 따른 비용부담을 줄이려는 포석인데, 연합을 제의한 도시바는 물론 하이닉스측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22일 '아직 최종 결정을 하지는 않았지만 도시바와 연합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엘피다 1차 입찰에서 너무 낮은 가격을 제시해 탈락한 도시바가 SK하이닉스와 연합해 2차 입찰에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외신들도 보도했다.
도시바가 1차에서 탈락한 가운데 엘피다 2차 입찰을 기다리는 곳은 ▦세계 2위 메모리반도체 회사인 SK하이닉스 ▦세계 4위인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미국과 중국자본이 투자한 사모펀드 등 3곳이다. 이들은 1,000억~1,500억엔(원화로 1조4,000억~2조원) 정도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규모 장기투자가 필요한 반도체산업 특성상 사모펀드가 주인이 되긴 힘든 만큼, 엘피다 인수전은 사실상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2파전으로 좁혀진 상태다.
문제는 역시 돈이다. 입찰 참여업체들은 엘피다의 히로시마와 아키타 공장을 매각 또는 폐쇄하지 않고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 제안한 상태다. 2조원에 달하는 인수자금에 추가 투자비용, 뿐만 아니라 6조원에 달하는 엘피다 부채까지 감안하면 금전적으로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SK하이닉스도 도시바의 연합 제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엘피다에 관민펀드 방식으로 사실상 공적자금을 투입한 일본 정부는 국가기간 산업인 반도체 업체를 외국기업에 매각한다는 점에 큰 심리적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약 도시바가 참여한다면 일본 정부도 100% 외국기업에 매각하는 것보다 훨씬 부담을 덜 수 있다. 서원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도시바와 공동으로 엘피다를 인수하면 인수비용 절감 외에 한국기업에 대한 정서적 저항을 줄일 수 있고 또 도시바를 고객으로 확보해 모바일 D램등을 판매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가 엘피다 인수전에 뛰어든 이유는 기술획득 보다는 반도체 시장 재편 목적이 크다. SK하이닉스가 엘피다를 인수하면 세계 D램 시장에서 점유율이 36.1%로 뛰면서 1위 삼성전자(42.2%)와 함께 세계 시장의 약 80%를 점유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3월 말 기준 DDR3 2Gb D램 선물가격은 1.03달러이며 6월 말까지 1.3달러에 이를 것'이라며 '다행히 시장이 살아나고 있어 SK하이닉스가 엘피다를 인수하면 그 덕을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SK하이닉스측은 어떤 형태로든 무리하게 가격을 써내는 일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엘피다 채권단은 27일까지 입찰 참여 업체들의 실사가 끝나면 다음달 중 우선 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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